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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흐의 솔로 바이올린 소나탄 BMV 1001, 1003, 1005와 그 푸가들의 역사적 전형들에 대하여
The Historical Models of J. S. Bach’s Violin Sonata BWV 1001, 1003, 1005 and their Fugues
김정미 | 바로크연구 | 1권 | pp. 5-39 | 2018바흐의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콘티누오 성부가 없다는 점에서 바로크 시대의 음악적 관습에서 벗어나 있다. 여기에 더해 비대위법적 악기인 바이올린을 솔로 악기로 취하여 대위법적 걸작을 계획 및 완성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바흐가 슈바이처의 말 대로 ‘한 시대의 끝’인 점을 고려하면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역사적 전범들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피하기 어렵다. 그리하여 본 논문은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교회소나타 BWV 1001, 1003, 1005와 그 푸가 악장들에 주목하면서 그 형식적, 구조적 전범으로 코렐리의 <바이올린과 비올로네 혹은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테크닉적 전범으로 비버의 <바이올린 솔로 소나타>를 분석 및 고찰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바흐는 일관된 폴리포니적 전개가 어려운 바이올린 솔로를 위하여 다성적 패시지와 단성적 악구의 교대 및 결합, 바이올린 특유의 수식음형적 패시지, 일견 단성부로 보이지만 은닉되어 있는 다성부의 흐름 등을 사용해 독특한 유형의 대위법적 전개와 푸가를 엮어낸다. 이러한 면면들은 바흐의 것보다 앞선 코렐리의 <바이올린과 비올로네 혹은 쳄발로를 위한 소나타>에서 이미 발견된다. 그러나 코렐리는 바흐와 달리 콘티누오 성부를 사용하여 그 성부가 대위법적 전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되, 코렐리의 푸가에서는 화음적 단락이나 수식음형적으로 연주되는 단락의 비중이 커서 상대적으로 대위법적 단락은 바흐의 것보다 줄어있는 듯 보인다. 한편 비버의 <바이올린 솔로 소나타>에 수록된 소나타들에서는 규칙적인 모양새의 스케일을 통해 꾀해지는 빠른 왼손 테크닉, 슬러를 동반하며 파동 형태를 보이는 ‘스트링 크로싱’ 기법, 3-4성부의 병행 혹은 화음의 연속 등을 통해 다성부적 효과를 위한 연주 테크닉의 전형들이 구현되어 있다. 이로써 바흐의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에 대한 장르사적, 양식사적 재평가가 이루어져 바흐의 솔로 바이올린 음악의 ‘선구자적’ 역사적 위치가 재논의 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 20세기 초 예술에서 바흐 음악 수용: 쿠르트의 음악이론과 클레의 회화에 나타나는 선(線)을 중심으로
Bach-Reception of the arts in the early 20th century: focusing on linear aspect from Kurth’s music theory and Klee’s panting
황순도 | 바로크연구 | 1권 | pp. 41-73 | 2018본고는 20세기 초에 음악이론과 회화에서 바로크시대 작곡가 바흐의 음악을 수용한 예를 살펴보았다. 음악학자 쿠르트는 바흐의 선적 작곡기법을 통해 에너지적·음악심리학적 음악이론을 정립하였다. 한편 전문 음악가에 필적할 만한 음악적 지식을 겸비한 동시대의 화가 파울 클레는 음악을 연구함으로써 자신의 화법을 계발하였다. 클레는 바흐의 다성음악의 특징을 회화의 모본으로 삼고 다성성을 시각화하고자 하였다. 또한 클레는 선을 연구하고 선을 통해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한 화가로서, 흥미롭게도 회화에서 폴리포니를 구현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당시 출판되었던 쿠르트의 선적 대위법 이론을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이 두 인물은 공통적으로 구체 적 형상이 아닌 아라베스크와 같은 추상적인 선에 에너지가 내재해 있다고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아라베스크에 대한 당대 미학관 및 쿠르트의 선적 대위법 이론을 통해 선이 지닌 추상적·활력적 특질과 의미 및 바흐의 대위법의 특징을 논의함으로써 20세기 초의 바로크성을 조명하였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는 앞서 살펴본 음악적 지식을 바탕으로 클레의 글, 강의노트 등의 1차문헌을 살펴봄으로써 그의 회화작품 <바흐의 양식으로>와 <붉은 푸가>를 해석하였다. 결론적으로 곡선의 생명력을 통해 다성음악의 특징을 독자적으로 구현한 클레의 화법에서 라이프니츠의 주름과 같은 바로크의 특성을 읽을 수 있다.
- 아방가르드 영화와 바로크 시각성 : 크리스티안 마클레의《시계》를 중심으로
Avant-garde Film and Baroque Visuality: On Christian Marclay’s «The Clock»
최정은 | 바로크연구 | 1권 | pp. 75-113 | 2018본 연구는 동시대성 안에서 바로크적 시각성의 면모를 크리스티안 마클 레이의 아카이브적 파운드 푸티지 <시계>를 중심으로 살펴본 것이다. <시계>는 수많은 영화 장면들의 인용으로 이뤄져 있고, 미술관 바깥 실재시간과 연동하여 하루 24시간 속에 거의 무한한 확장성을 부여한다. 영화 아카이브로서 <시계>는 시간의 재귀적 구성의 역학을 보게 한다. 마치 뫼비우스 띠나 클라인 병처럼 시간은 그 자체 안의 이질적인 것과 관계하여 그 자체를 산출한다. 시간의 공간화에 있어, 이미지는 재이중화로서 ‘간격내기 (더블링)’에 의해 산출되며, 시간 경험은 바깥은 내부로 빠지고 내부는 바깥이 되는 일종의 내부화이다.
<시계>는 아방가르드 영화의 기념비적 반복이자 영화사에 대한 경의이다. 주류 영화들로부터 차용된 장면들은 유사한 상황에서 부단히 자동 반복되는 연상이자, 아카이브 가운데 부재하는 것, 부단히 반복되면서도 항상 지연되며 씌어지지 않는 실재를 환기한다. 영화적 유령성을 담지한 기억의 건축으로서 <시계>는 영화 안의 부재 이미지를 충돌에 의해 상기시키는 몽타주의 역능을 시사한다.
<시계>의 바로크적 시각성은 <시계>가 ‘시각의 광기’를 불러오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시계>는 아카이브적 중층텍스트의 시각성을 초래하며, 그것은 들뢰즈적 의미의 시간-이미지와 연계된다. 시간-이미지는 이질적 계열 간의 공명으로 드러날 수 있고, 기억 구성의 부단한 이중화, 메타 층위의 집합론적 성격을 통해 설명된다. 인용의 아카이브로서 <시계>는 제한된 수집된 영화들로 무한을 포괄한다. 시간은 부단한 반복 형식에 의해 구조화되며, 아카이브된 것 가운데 부재하는 간격과 함께 시간의 빈 형식을 암시한다. 갤러리 바깥 실재시간와의 연동, 시각을 유도하는 속도와 운동성, 스크린의 균열, 영화 형식 그자체의 접힘과 전개는 바로크 시각성의 특징인 이중성을 초래한다. 기억에는 파지와 예지가, 보기에는 잔상과 예기가 관여한다. 시간과 기억은 끝없이 분기하며 과거, 현재, 미래 안에 동시에 다시 씌어진다. <시계>는 그 자체의 구성적 형식을 숙고하게끔 하여, 지속을 통해 체감되는 시간의 이미지를 산출한다. <시계>는 시간의 구성적 형식을 인식하게 하며, 우리의 집단적 기억과 함께 공명한다. 인용의 구조는 이미지의 잔존을 환기시키는 동시에 증폭시킨다. 연속 가운데 불연속, 불연속으로 이루어진 연속을 보여주는 가운데 <시계>는 중층텍스트들의 중 층텍스트로서의 바로크적 시각성을 유도한다.
- 바로크공간의 탈경계적 조형 특성과 심연성
The Baroque Space’s Transborder Characteristics of Forms and Spatial Abyss
한명식 | 바로크연구 | 1권 | pp. 115-138 | 2018바로크 미학에서 구현되는 공간의 가시적 표현체계는 기본적으로 당시의 철학적 세계관, 즉 르네상스의 고전적 사유의 변화와 이에 따른 존재론에 기반하고 있다. 플라톤식의 조화체계에서 벗어나 라이프니츠의 생성철학에 바탕을 둔 바로크의 구조미학은 전체의 형태본성을 강조하고 포괄적인 조형원리로 구축되는 데에 중요한 배경이 된다. 이를 통해 바로크는 전체 속에서 형태의 질서적 일관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선형적이고 비물리적인 조형체계를 예술 작품의 공간구축의 원리로 채택했다. 르네상스의 자연적 질서체계를 기하학적으로 형태화한 조형원리와 매너리즘적 역동성을 결합시켜, 르네상스와 매너리즘이라는 두 힘으로부터 표출된 무한함과 과장됨의 결과를 기반으로 다양한 미학적 개념들을 구축시키는 것이다.
본 연구는 그러한 바로크미학의 궁극적인 조형 표현 체계로써, 탈 경계적 개념을 통하여 기존의 고전적인 평면성을 극복하고 그로 인한 구조체와 형상의 지속적인 운동성을 이끌어 내었음과, 또한 그러한 미학적 원리로써 예술적 표현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시각적인 조형요소의 본성, 즉 바로크라는 무형의 개념을 현현시키는 가시적 요소들 중에서 탈 경계적인 요소들을 17세기 미술과 건축의 사례에서 도출시키고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적 수용이 가능한 이론적 단초와 함께 그 결과가 환경적 물리적 정서적 난제에 봉착하고 있는 오늘날의 다양한 환경적·건축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술적 해법을 상론 시키고자 하였다.